[카디] 나비소년 조각












봄.

그 한글자는 달콤하다면 달콤했고, 비참하다면 비참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봄의 존재. 나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봄이라는 계절에 알맞게 아직은 다들 동복을 입고 있었고, 이제는 신입생이라는 것도 생겼다. 그것마저도 나에게는 무의미한, 아무런 감정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직 처음이다보니, 계속 이루어지는 단축수업에 가방을 무겁게 싸메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옆에서는 피시방을 가자는 소리도 들렸고, 어제 본 티비에서의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나는 묵묵히 걸어나갔다. 큰 길로 들어갈까, 하다가 화창하게 펼쳐진 햇빛에 조금 빠른 지름길로 들어갔다. 뭐, 삥뜯기기밖에 더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내 옆으로 화려한 무늬를 가진 나비가 지나갔다. 평소라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않고 걸어갔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나비가 신경쓰였다. 홀린 듯 나비에게 다가갔다. 나비는 무언가를 안내하는 듯 길을 따라서 날아다녔다. 그런 나비의 뒤를 한참동안 따라가는데…




…”




나비의 종착지는 어느 한 남자의 손가락이였다. 마치 새를 다루듯 나비를 다루는 남자는 자신의 손가락에 나비가 앉자 살짝 웃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쌍커풀.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고개를 들자 머릿결 좋은 머리카락들이 찰랑거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여태까지 멍해있던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상하게도 숨이 막혔다.




…누구시죠?”

“아…그게…”

…혹시, 이 녀석이 안내했나요?”




이 녀석, 이라는 것은 나비를 칭하는 것 같았다. 마치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그의 태도에도 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폐를 끼쳤네요.”

“아, 아, 아뇨! 절대 아니예요!”

“재밌으신 분이네요.”




마치 신사같은 그의 모습에 나는 잔뜩 당황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덤벙대지 않았는데… 그를 만나자마자 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색함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멍하게 서있자, 그가 자신의 옆자리를 살짝 두드렸다. 앉으라는 뜻인가… 움찔 움찔대며 몸을 겨우 움직여 그의 옆에 앉았다. 여전히 나비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점점 신기함이 느껴졌다.




“저는 어릴때부터 나비를 좋아했어요.”

…아…”

“그래서 별명이 나비소년이기도 했죠.”

“어울려요…”

“저도, 그 별명이 싫지는 않아요. …나비를 돌본다, 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나비를… 돌본다…?”




나비를 돌본다. 나비를 키우는 건 언뜻 들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돌본다라… 키우는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른걸까. 내가 어리둥절해 있자, 그는 살짝 웃으며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




“저한테는 나비의 무언가가 있나봐요. 나비들이 저를 보고도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아…”

“우리집에 날아오는 나비들에게 맛있는 것도 줘요.”

…신기하네요…”




방금까지 그의 손가락에 앉아있던 나비가 갑자기 내 앞으로 불쑥 올랐다. 깜짝 놀라 잔뜩 굳은 채 가만히 앉아있자,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녀석,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그의 말에 으에…? 하는 이상한 말까지 내뱉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 찰나, 나비는 내 콧잔등에 살짝 안고는 다시 멀리 날아가버렸다.




“어울려요.”

…네?”

“뭔진 모르겠지만, 나비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진짜로, 신기하네요…”




뭐가 어울린다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이 나비와 겹쳐였다. 다급함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멀리서도 키가 크다는 것은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확연히 컸었다.




“저는 이제 가봐야겠네요”

…아…!”

“짧은 만남이였지만, 즐거웠습니다.”

…저, 저기!”




왜 뒤를 돌아가려는 그를 불렀는 지는 모른다. 왜 그의 등을 보기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되어 멀리, 아주 멀리 훨훨 날아갈까봐.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급하게 그를 부르자 그는 뒤돌아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 대한 것을 알고 싶어요!”




나는 그를 잡고 싶었다. 그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저도, 알고싶어요.”




그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그에게 안겼다. 그는 안긴 나를 보더니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꼭 안아줬다.

저는, 도경수예요. 

김종인입니다.



김종인… 김종인… 그의 이름만 마음 속에서 수백번 불렀다.

무료했던 나의 삶은 더 이상 없다. 아무 감정도 없던 나도 더는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나비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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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쓴지 정말 오래됐더니 나참....이게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