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 사귀자 조각












학교내에서 유명한 한 남자애가 있었다. 




“사귀자”




질리도록 들리는 말. 물론,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녀석은 꼭 무언가를 알고싶다는 듯, 실험해보고 싶다는 듯 여자애나 예쁘장한 남자애들에게 말하곤 했다. ‘사귀자’…라고. 나는 그런 녀석이 한심해보였다. 여자애들은 녀석이 실험이라는 것을 알고도 기뻐하거나, 좋아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사귄 그 둘은 오래가지도 못했다. 일방적인 녀석의 통보. 여자애들은 점점 그런 녀석을 체험권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여자애들이나, 그런 멍청한 녀석이나. 모두 한심해보였다. 그리고 녀석은 나에게 왔다.




“사귈래?”
…”




설마 나한테 오겠거니, 했건만. 한숨을 폭 쉬고는 뒤를 돌았다. 더 이상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뜻이였다.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녀석은 내 어깨를 잡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게 돌렸다. 또 다시 마주하게된 얼굴은, 여전히 역겨웠다. 가식적인 웃음….




“응? 사귀자니까?”
“싫어.”
…어?”
“니가 뭘 알고 싶어서 이러는 진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넌 나한테 그저 하찮은 놈이야.”




녀석은 말이 없었다. 항상 짓던 웃음이 사라졌다. 그래, 그게 너였지. 깜빡하면 나도 그 얼굴에 속을뻔했다.




“난 가식적인 그 웃음을,”
…”




잘근잘근 밟아주고 싶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돌아 걸어나갔다. 꽤나 충격이였는지 녀석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항상 해피엔딩만 일어날거라 생각하면 곤란해. 살짝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고는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이 정도면 제대로 한 방 먹었겠지, 김종인.








+ 달달해피물인줄 알고 들어오셨다면..죄송합니닼ㅋㅋㅋㅋㅋ 물론 찬 사람은 경수고 사귀자사귀자거리면서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의 반응을 보고 그러는 애는 종인입니다. 그런 종인이를 싫어하는 경수...☆★ 오랜만에 정말로 짧은글 쓰고 사라집니다

+ 글 안쓴지 한달은 넘은 것 같은데 예상치못한 방문자수에 놀랐네요...ㄷㄷ 감사합니다

[카디] 나비소년 조각












봄.

그 한글자는 달콤하다면 달콤했고, 비참하다면 비참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봄의 존재. 나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봄이라는 계절에 알맞게 아직은 다들 동복을 입고 있었고, 이제는 신입생이라는 것도 생겼다. 그것마저도 나에게는 무의미한, 아무런 감정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직 처음이다보니, 계속 이루어지는 단축수업에 가방을 무겁게 싸메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옆에서는 피시방을 가자는 소리도 들렸고, 어제 본 티비에서의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속에서 나는 묵묵히 걸어나갔다. 큰 길로 들어갈까, 하다가 화창하게 펼쳐진 햇빛에 조금 빠른 지름길로 들어갔다. 뭐, 삥뜯기기밖에 더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내 옆으로 화려한 무늬를 가진 나비가 지나갔다. 평소라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않고 걸어갔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나비가 신경쓰였다. 홀린 듯 나비에게 다가갔다. 나비는 무언가를 안내하는 듯 길을 따라서 날아다녔다. 그런 나비의 뒤를 한참동안 따라가는데…




…”




나비의 종착지는 어느 한 남자의 손가락이였다. 마치 새를 다루듯 나비를 다루는 남자는 자신의 손가락에 나비가 앉자 살짝 웃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쌍커풀.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고개를 들자 머릿결 좋은 머리카락들이 찰랑거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여태까지 멍해있던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상하게도 숨이 막혔다.




…누구시죠?”

“아…그게…”

…혹시, 이 녀석이 안내했나요?”




이 녀석, 이라는 것은 나비를 칭하는 것 같았다. 마치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그의 태도에도 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폐를 끼쳤네요.”

“아, 아, 아뇨! 절대 아니예요!”

“재밌으신 분이네요.”




마치 신사같은 그의 모습에 나는 잔뜩 당황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덤벙대지 않았는데… 그를 만나자마자 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어색함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멍하게 서있자, 그가 자신의 옆자리를 살짝 두드렸다. 앉으라는 뜻인가… 움찔 움찔대며 몸을 겨우 움직여 그의 옆에 앉았다. 여전히 나비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점점 신기함이 느껴졌다.




“저는 어릴때부터 나비를 좋아했어요.”

…아…”

“그래서 별명이 나비소년이기도 했죠.”

“어울려요…”

“저도, 그 별명이 싫지는 않아요. …나비를 돌본다, 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나비를… 돌본다…?”




나비를 돌본다. 나비를 키우는 건 언뜻 들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돌본다라… 키우는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른걸까. 내가 어리둥절해 있자, 그는 살짝 웃으며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




“저한테는 나비의 무언가가 있나봐요. 나비들이 저를 보고도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아…”

“우리집에 날아오는 나비들에게 맛있는 것도 줘요.”

…신기하네요…”




방금까지 그의 손가락에 앉아있던 나비가 갑자기 내 앞으로 불쑥 올랐다. 깜짝 놀라 잔뜩 굳은 채 가만히 앉아있자,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녀석,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그의 말에 으에…? 하는 이상한 말까지 내뱉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 찰나, 나비는 내 콧잔등에 살짝 안고는 다시 멀리 날아가버렸다.




“어울려요.”

…네?”

“뭔진 모르겠지만, 나비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진짜로, 신기하네요…”




뭐가 어울린다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이 나비와 겹쳐였다. 다급함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멀리서도 키가 크다는 것은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확연히 컸었다.




“저는 이제 가봐야겠네요”

…아…!”

“짧은 만남이였지만, 즐거웠습니다.”

…저, 저기!”




왜 뒤를 돌아가려는 그를 불렀는 지는 모른다. 왜 그의 등을 보기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되어 멀리, 아주 멀리 훨훨 날아갈까봐.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급하게 그를 부르자 그는 뒤돌아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 대한 것을 알고 싶어요!”




나는 그를 잡고 싶었다. 그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저도, 알고싶어요.”




그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그에게 안겼다. 그는 안긴 나를 보더니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꼭 안아줬다.

저는, 도경수예요. 

김종인입니다.



김종인… 김종인… 그의 이름만 마음 속에서 수백번 불렀다.

무료했던 나의 삶은 더 이상 없다. 아무 감정도 없던 나도 더는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나비소년. 













-


글안쓴지 정말 오래됐더니 나참....이게뭐람.......

[찬백] 백현이가 해주는 동화 이야기 조각














「옛날 옛날에, 정말 커-다란 궁전이 있었어요.」
「……!」




또다.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서 최대한 눈을 크게 뜨고 감으면서 여러번 깜빡이자 보이지 않던 시야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요새 들어 자주 꾸는 이상한 꿈. 그 꿈은 나와 또래로 보이는 한 남자애가 다리를 모으고 앉아 동화 이야기를 얘기하는 꿈이였다. 처음은 이게 뭐지, 싶어 그 아이에게 말도 걸어봤지만 그 아이는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아이에게 다가갈려니 그 녀석과 나의 거리는 좀 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악몽인가 싶어서 일어나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나는 꿈 속에서 갇힌 듯 그렇게 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저 일어나는 대로 일어날 뿐… 오늘도 여김없이 꾸는 이상한 꿈에 나는 자리에 앉는다.




「그 궁전에는 찬열왕자라는 정말 멋있는 왕자가 살았어요.」
…내 이름?」
「그 왕자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모든 것에 훌륭한 그런 왕자였답니다.」
…!」




그 말을 끝내자마자 녀석은 책을 덮더니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했다. 처음으로 마주보는 두 눈이라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두 눈을 보고 느낀점은 아, 깊다. 였다. 평소 또래와 같은 초롱초롱한 눈도 아니였고, 공부에 찌들려 포기하고 싶은 눈도 아니였다. 그저, 정말로 빠져버릴 것만 같은 깊은 눈이였다. 그렇게 한동안 눈만 쳐다보고 있었을까, 나는 용기내서 말했다.




…저, 저기…」
…」
「난, 찬열이야, 박찬열. 넌… 이름이 뭐야?」
…」




아, 오늘도 실팬가. 계속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에 이제는 점점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꿈을 꿨었지. 이제는 그만 꾸고 싶기도 한데… 점차 복잡해져와 지끈거리는 머리를 살짝 감쌌다. 녀석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난 그런 눈빛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아, 벌써 깼나. 눈을 번쩍 뜨자 낯선 내 방의 천장이 보였고, 어느새 창가 밖의 해는 밝게 떠오르고 있었다. 






*






「찬열 왕자님은 외동이였는데, 그만큼 왕께서 정말 애지중지하며 키웠답니다.」
…또…」
「그러던 어느날, 왕자님께서 심심하다고 잠시 밖을 둘러본다고 하셨어요.」
…」
「그런 왕자님의 곁에는 무려 20명의 호위무사들이 붙어서 함께 밖을 둘러보았답니다.」
…」
「그런데, 그 때 저 멀리서 고함이 들렸어요. 궁금해진 왕자님은 말의 방향을 돌려 그 쪽으로 가보았답니다.」




오늘도 여김없이 꾸는 꿈에 이제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어제랑 이어지는 건가… 여김없이 내 자신이 왕자님으로 나온다는 것을 보니 조금 어색하기도 해 뒷머리를 긁적이며 들었다. 그 쪽으로 가보았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책을 덮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또 녀석을 멍하게 쳐다봤다. 어제와 같이 나를 쳐다보는 그 두 눈에 한숨을 살짝 쉬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움찔 거리는 녀석을 보아 아, 내가 보이는 구나. 싶었다. 이제는 겁을 먹지 않기로 다짐했다. 평소에는 녀석이 입 아프게 얘기를 많이 하니, 내가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끝났지?」
…」
「오늘은 주말이니까, 나 앉아서 많이 얘기할거다. 이번엔 니가 들어줘」
…」
「항상 동화 얘기… 해주는 것 같은데, 왜 이번은 내가 주인공이야? 너무 오글거려서 디질 것 같아」
…」




내가 오글거린다며 조금 오버하자 자신의 책이 소중하다는 듯이 꼬옥 끌어안고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살짝 당황해 아니, 뭐… 니 얘기가 싫다는 건 아니고.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제서야 눈에 가득 준 힘을 풀었다. 어쩐지 귀여운 녀석의 모습에 살짝 웃었다.




「넌 주인공으로 안나와?」
…」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네. 나랑 영 얘기를 안할려고 하니…」
…」
「그래도 내가 보이는 건 맞지?」
…」




너 목소리, 이쁘더라. 내가 말하자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더니 귀까지 빨개지는 모습에 웃겨서 푸하하! 하고 웃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지말라는 듯 등을 지는 행동에 진작에 얘기를 해볼 걸, 하고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질문에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너는 왜 꿈에서만 나타나는 거야?」
…」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
「동화는 왜 짧게 들려주는 거야? 맨날 기다리기도 힘들다.」
…」




갑자기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뒤를 돌았다. 잔뜩 빨개진 얼굴로 손을 갑자기 들더니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정말로 귀여운 그 모습에 나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늘, 저녁에 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 멀리 뛰어갔다. 






*





「갑자기 들리는 고함소리에 궁금해진 왕자님은 그 장소로 가보았어요」
…」
「그 곳에는 두 남자가 있었는데 왜소한 체격을 가진 한 남자가 상처를 가득 달고 있었어요」
…」
「그 왜소한 남자의 이름은 백현이라고 해요.」
…백현, 백현…」
「왕자님은 그 모습을 보더니 말에서 내려 뛰어왔어요」
…」
「당신은 왜, 이 어린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가? 하고 왕자님이 물었어요」




이제는 익숙한 동화 꿈에 금방 적응을 하고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보니 백현이라는 이름을 들었는데 설마, 저 아이의 이름이 백현일까. 어쩐지 이름과 어울리는 얼굴에 나 혼자서 녀석의 이름을 백현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쩐지 오늘따라 길어지는 듯한 이야기에 나는 턱을 괴고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밝은 얼굴로 신난다는 듯이 동화를 읽어내려갔다.




「왕자님인 것을 깨닫자마자 백현이를 구타하던 남자는 급하게 허리를 숙였어요. 왕, 왕자님!」
…호오…」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가겠다. 왕자님은 그렇게 말하자마자 누워있던 백현이의 손을 잡고 일으켰어요.」
「오, 나 좀 멋있네」
「놀란 백현이 아무리 왕자님을 불렀지만, 고집이 센 왕자님은 그냥 무시하고 데려가버렸답니다.」
「……야, 나 안그렇거든?」
…그리고…」




동화를 읽으면서 한껏 밝은 표정을 짓던 녀석이 갑자기 밝던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는 살짝 나를 쳐다보더니, 두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쩐지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진 것 같았다. 벌써 끝을 달려가는 건가. 그러고보니 항상 끝을 달려갈때면 녀석은 항상 우울해하곤 했다. 한참동안 다물어져 있던 두 입술을 열더니 다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왕자님은… 백현이를 정성스럽게 보살펴줬어요」
…」
「그리고… 궁전 안에서는… 소문이 돌았…답니다…」
…」
「남자인 첩을… 들인 것 같다고… 말이예요…」
…」
「그 소문을 들은… 백현이는… 왕자님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도 어렵게 말하던 녀석은 또 다시 한참동안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나는 그저 책을 꼭 잡고 있는 조그마한 두 손만 지켜볼 뿐이였다. 이내, 녀석의 입이 열렸다.




「돌아…갈래요…」
…」
「이 말을 들은 왕자님은 무슨 소리냐며 백현이를 다그쳤습니다…」
…백현아」
왕자님…」




녀석, 아니, 백현이가 대사 한마디를 내뱉더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나를 쳐다봤다. 점점 이상한 기분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백현이 책을 덮었다. 이제, 책은 덮였다. 나는 그저 저 조그마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지 듣고싶지 않았다. 그저 입을 막고 싶었을 뿐이였다. 하지만 백현이와 나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마치 당신과 나는 이 선을 넘어서는 안돼요, 라고 말하는 듯한 백현인 것 같아서. 내 마음을 모르는지 백현이는 굳게 닫힌 두 입술을 열었고, 이내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왕자님과… 저는… 안돼요…그렇게, 말한 백…현이는…」
…그만해」
…왕자님을, 두…고… 떠났습니다…」
…백현아!」



…”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나는 눈을 떴고,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다른날과는 다르게 한껏 흐른 땀에 손등을 이마 위에다 가져다댔다. 왜, 그렇게 슬퍼했을까. 그리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지. 아니, 무엇보다 나는 꿈 속의 백현의 존재가 궁금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떠오르는 건… 책을 쥐던 조그마한 두 손이 덜덜 떨리는 것과, 그와 비례하듯 한껏 떨리던 목소리… 그리고… 정말 슬프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던 두 눈. 물이라도 마실까 싶어서 옆 선반에 손을 올렸을 때 쯔음, 뭔가 잡히는 느낌에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잡았다. 다름아닌 종이였고, 나는 그 종이를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을 좋아합니다]















ㅇ이게..뭔ㄴ....내용일까.............................



[찬백] 천생연분 조각















딸랑-





“어서오세요-”
“아…안녕하세요”
“어떤 반지 사러 오셨어요? 음… 커플링?”
“아, 네… 뭐…”




와, 여자친구분이 정말 좋아하시겠다- 깔깔대며 웃는 여직원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하하, 하고 웃었다. 어떤 스타일을 찾느냐는 여직원의 말에 음…하고 소리를 내며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평소에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백현이가 떠올라 그냥, 심플한거 찾고 있어요. 하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자 잠시 옆으로 이동하는 직원 때문에 나도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심플한 디자인이면 주로 이쪽에 많이 있는데, 와보실래요?”
“네”
“요즘은 반지에다가 간단하게 이니셜만 새기는 연인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음…”
“너무 흔하다 싶어서 싫으시면… 제가 이거는 진짜 추천 안해드렸거든요?”




네? 갑작스러운 직원의 말에 놀라는 바람에 반지들을 쳐다보느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근데 남자친구 분만 봐도 되게 이쁜 커플일 것 같아서요. 직원이 살짝 웃으며 말하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꼬이는 듯한 디자인의 반지 안쪽에다가 이니셜을 새기는 것도 이쁘구요.”
“아, 이거 디자인 괜찮은데…”
“조금 구석에 있는 편이라 손님분들이 잘 찾지 못하세요. 꽤 이쁜 디자인인데…”
“음… 그럼 이 디자인으로 해주세요”
“네- 여자친구 분 손가락 사이즈는 어떻게 되시는지 아세요?”




아차, 난 백현이 손가락 사이즈를 모르는데… 살짝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보면 백현이는 여자친구도 아닌데… 괜히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야하나, 하고 생각했다. 진작에 손가락 사이즈는 좀 알아놓을 걸. 내가 그렇게 백현이에게 관심이 없었나 싶기도 했다. 한참동안 고민하자 직원이 살짝 웃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면 남자친구 분 새끼손가락 사이즈로 하나 해드릴까요?”
“새끼손가락이요?”
“남자의 새끼손가락 사이즈가 여자의 약지 사이즈면 천생연분이란 말이 있거든요!”
“아, 정말요?”
“네. 혹시 사이즈가 안맞으시다면 여기서 다 바꿔드릴테니까 일단은 그렇게 맞춰가보세요”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반지를 꺼내고는 이니셜이 뭐냐고 물었다. 작은거는 C,Y 큰거는 B,H 으로 해주세요. 작은 종이에다가 이니셜을 적더니 손가락 사이즈 잴게요. 하고 사이즈를 쟀다. 그냥 멍하게 자리에서 서서 손을 내밀었더니 5분도 안되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나름 200일 기념이라고 커플링을 사러 왔는데 이게 그렇게 피곤한 일이였나 싶었다가도 기분 좋아할 백현이를 생각하니 피곤함은 금새 달아났다. 아, 빨리 보고 싶다. 우리 백현이.




“손님, 여기 나왔습니다-”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커플링 상자를 들고는 가볍게 인사를 꾸벅했다. 가게를 빠져나오자마자 카톡을 들어갔다. 채팅방에서 맨 윗쪽에 자리 잡고 있는 백현이를 눌러 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백현아백현아이쁜아]
[어디야?]









*






“왜 갑자기 빨리 만나자고 했어?”
“어, 줄거 있어서”
“야 내가 얼마나 급하게 준비했…, 어?
“예쁘지? 끼워줄까?”




또 저번처럼 잔소리할까봐 무턱대고 커플링부터 내밀었다. 그런 커플링을 보자마자 말을 멈추고 멍하게 보고만 있던 백현이라 살짝 웃으며 백현이의 반지를 꺼냈다. 내가 한 손을 내밀어 손을 내밀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여전히 백현이는 멍하게 서있었다. 살짝 답답한 마음에 왼쪽 손을 잡았다. 살짝 흠칫 놀라는 것을 무시하고 약지에다 반지를 끼웠다. 혹시나 들어가지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끼웠는데, 마치 자기라는 듯 딱 맞는 반지에 살짝 기분이 이상해졌다.




“야… 박찬…”
“감동이지? 응?”
“너, 이럴려고…”




백현이의 두 볼을 잡고는 살짝 눈물이 맺힌 처진 눈꼬리에다가 뽀뽀를 쪽, 쪽했다. 그러자 품에 안겨오는 백현에 나도 꼬옥 안아줬다. 백현아, 우리 진짜진짜 오래가자. 내가 잘할게.




“근데, 내 사이즈 어떻게 알았어? 진짜 딱 맞네?”
“음… 그러게?”

남자의 새끼손가락 사이즈가 여자의 약지 사이즈면 천생연분이란 말이 있거든요!」




백현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반지를 만지작 거리면서 묻자 나는 아까 낮에 들었던 직원의 말을 떠올리고는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백현이를 숨도 못 쉴 만큼 꽈악 껴안자 야! 야! 하는 백현이의 소리가 들렸다.




“백현아”
“으으… 왜!”
“우리 진짜 천생연분인가봐”











그래 행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백] 피아노 조각









“……”




얇고 기다란 손가락이 새하얀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졌다. 이내 그 손가락이 새하얀 건반을 몇 번 통, 통 두드린다 싶었더니 이제는 오른손도 함께 올라왔다. 약간 봄의 기운과 어울리는 상큼하고 톡톡튀는 노래. 물론 그 음에는 가사는 전혀 씌워지지 않았다. 또한그것은 백현의 대회 연습곡이기도 했고, 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다.




…잘 치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정도 중반을 달리자 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자신의 연습실에 울렸다. 깜짝 놀란 백현이 가볍고 신나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추고는 뒤를 돌았다. 큰 키와 꽤 잘생긴 얼굴… 하지만 처음보는 얼굴이였다. 그 남자는 백현의 놀란 얼굴을 보는가 싶더니 한 번 작게 웃었다. 피아노, 잘 친다고. 남자가 다시 얘기하자 백현은 아… 하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그거 대회곡?”
…네”



점점 이어지는 대화에 건반 위에 올려놨던 새하얀 손을 작게 꼼지락댔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이였고, 상대방이 얘기를 먼저 꺼냈다는 것이 백현에게는 했다. 피아노를 좋아하고, 점점 접함으로서 백현은 오히려 말을 잃어갔다. 백현에게는 그 흔한 친구도 없었다.



“항상 혼자 다니는게 궁금해서, 너 따라와봤는데… 괜찮지?”
…”
“안괜찮아도 따라다닐건데, 괜찮지?”
…”
“내가 너 첫눈에 반했는데, 괜찮지?”
…!”



따라다닌다는 소리에도 놀라 백현은 그저 멍하게 남자를 쳐다봤을 뿐이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고백에 더 놀란 백현은 그 처진 눈꼬리를 달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백현의 반응을 짐작했다는 듯이 웃더니 백현에게 걸어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에도 백현은 그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박찬열이야”
…”
“안녕, 백현아”
…아…”



그, 아니 찬열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았는지도 몰랐다. 찬열은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찬열의 웃음은 거짓된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심이라면 진심이랄까… 이상하게 적응 안되는 기분에 백현은 점점 표정을 구겼다.




“서두르지 않을게”
…”
“대신, 니 옆에만 있게 해줘”
…저, 저는…”
“니가 어떤 앤지 알아. 항상 주위에서 지켜봤으니까”
…”
“쓸데없는 동정같은거 아니야. 난 그저 진짜로, 니가 좋아”




찬열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니가 좋아. 저가 좋다는 말에 화들짝 놀랜 백현이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점점 달아오르는 볼이 빨개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찬열은 고개를 숙인 백현의 뒷통수를 살짝 쓰다듬더니 백현의 옆에 앉았다.




“나 피아노 쳐 줘”




찬열은 제멋대로 백현의 마음을 두드렸다. 모두가 백현의 마음을 두드릴 때 무서워 안에서 벌벌 떨던 백현이 이젠 어느새 점점 문 앞을 기웃거렸다. 백현은 살짝 찬열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봤다. 응? 한번만- 찬열이 재촉하자 백현은 살짝 떨리는 손을 다시 건반 위에 올렸다. 이내 아름다운 음색이 울리고 찬열은 열심히 움직이는 백현의 손가락을 지켜봤다. 백현은 예쁘게 끝나는 음을 마지막으로 통통 튀듯이 건반을 누르고는 찬열의 눈치를 봤다. 




“와… 졸라 잘친다…”




찬열이 박수까지 짝짝 치자 백현은 살짝 웃었다. 어? 웃었다! 찬열은 와중에도 백현이 웃었다는 사실이 좋은지 저도 웃어댔다.



근데, 나 너랑 동갑인데.
…아
반말해주면 안 돼?
…응…네
…그럼 천천히 해. 기다릴게.
…고마워요
좋아해,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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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기 문제로 네이버가 안되서 쓰고싶었던 글을 여기다 올리네요.. 이글루스 정말 좋네요! 끙ㅠㅠ

갑자기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당황했지만 감사합니다! 공유기 문제가 해결이된다면 다시 블로그로 갈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오랜만에 왔는데 시험이 끝나면 소년과 소년 네이버에서 연재하는데.. 혹시 아시려는지요!

그거 처음부터 다시 쓸 예정입니다 ㅠㅠ 다시 주말마다 올라오니 시험끝나고 보아요..

시험 모두 치신분은 고생 많이하셨어요! 시험 다음주이신분 힘내세요!ㅠㅠㅠㅠㅠㅠ



트위터는 @dokpin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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